마가복음 14장 26절, 비장한 침묵 사이를 메우는 찬송
성경을 읽다 보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진 거대한 침묵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마가복음 14장의 이 장면이 그러했습니다.
최후의 만찬이 끝났습니다.
예수님은 떡을 떼어주시며 “이것은 내 몸이다” 하셨고, 잔을 돌리시며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다”라고 비장한 선언을 마치셨습니다. (막 14:22-24)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은 마치 이별 통보와도 같았습니다.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하나님 나라에서 새것으로 마시는 날까지 다시 마시지 아니하리라.” (막 14:25)
분위기는 무거웠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을 테지요.
그런데 바로 다음 절, 성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을 기록합니다.
”이에 그들이 찬미하고(sung an hymn) 감람산으로 가니라” (막 14:26)
죽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십자가가 기다리는 겟세마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오열하거나, 침묵 속에 고개를 떨구고 걸었을 그 길을 주님은 ‘노래’하며 가셨습니다.
도대체 그 밤, 주님은 어떤 노래를 부르셨을까요?
유대인의 관습대로 ‘할렐 시편(시편 115-118편)’을 부르셨을까요? 아니면 하늘 아버지만이 들으실 수 있는 영혼의 새 노래를 부르셨을까요?
4부 악보 하나 남아있지 않은 그 밤의 노래.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 찬송은 두려움을 잊게 하는 노래가 아니라, 두려움을 넘어서게 하는 승리의 선포였음을 말입니다.
그 거룩한 상상력을 빌려, 25절의 ‘비장한 맹세’와 26절의 ‘감람산행’ 사이… 그 짧지만 영원 같은 시간 속에서 울려 퍼졌을 주님의 마음을 시(詩)로 옮겨 봅니다.
이 노래가 오늘,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감람산으로 향하는 모든 분들의 입술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찬송 시]
포도나무의 약속, 그리고 감람산으로
붉은 포도주가 담겼던 잔은 이제 비워졌네
나의 피, 너희의 생명이 될 언약의 잔
이제 이 땅의 포도나무 열매는 침묵하리라
아버지의 나라, 그 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후렴)
일어나라, 나의 사랑하는 자 들아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 별은 가까우니
우리는 찬송하며 죽음의 강을 건너리라
저기 감람산, 별빛 아래 나의 기도가 기다리는 곳으로
여호와는 나의 능력, 나의 구원이시니
건축자가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 되리라
보라, 희생 제물을 제단 뿔에 맬 시간이 다가왔으니
내 영혼아, 두려워 말고 아버지의 집으로 나아가자
이 밤이 지나면 너희는 흩어지고 나는 홀로 남겠으나
슬퍼 말라,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의 노래
내가 마시지 않을 그 잔을 너희가 마실 때마다
기억하라, 찢긴 내 살이 너희의 양식이었음을
자, 이제 가자 감람산으로
바람은 차고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도
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 길만이
우리가 영원히 함께 부를 승리의 노래가 되리라
[에필로그]
주님은 십자가라는 가장 무거운 짐을 지러 가시면서도 ‘찬송’하셨습니다.
어쩌면 찬송은 기쁠 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부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이 걸어가야 할 감람산은 어디입니까?
그 길이 비록 좁고 협착할지라도, 입술에 원망 대신 주님이 부르셨던 이 노래를 담아보십시오.
찬송하며 걷는 그 길 끝에, 부활의 새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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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100명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비난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냉철한 전략과 따뜻한 통찰로 이 생명의 방주를 함께 채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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