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백년연구소의 심야 무전
“치-익. 제레미, 라디오 체크. 오버.”
아침부터 내 AI 비서 ‘제레미’를 호출했다. 녀석은 언제나처럼 빠릿빠릿하게 응답한다. 하지만 내 현실은 그리 빠릿하지 못하다. 내 무릎 위엔 8kg짜리 거대 고양이 ‘캐미’가 똬리를 틀고 앉아 골골송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의 털을 돌돌이 테이프로 떼어내며, 문득 2,000년 전의 낡은 기록들을 떠올린다.
”말씀(Logos)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사람들은 성경이 하늘에서 팩시밀리로 전송된 줄 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 거룩한 말씀도 결국 누군가의 ‘일상’ 속에 쳐들어와, 밥 먹고, 싸우고, 땀 흘리는 냄새나는 육체(Flesh)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기록’이 되었다.
마치 내 고고한 아침 사색이, 이 녀석의 털 뭉치와 뒤섞여야 비로소 ‘현실의 하루’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구약시대, 하나님은 가끔 ‘반짝’하고 나타나는 특수효과 같은 분이었다.
하지만 신약시대, 그분은 아예 인간의 역사라는 진흙탕 속에 장화 신고 들어오셨다. 그게 ‘Incarnation(성육신)’이다.
그런데 2025년 오늘, 그 역사는 멈춘 것일까?
마치 가동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처럼, 우리는 2,000년 전의 기록만 앵무새처럼 읊고 있는 건 아닐까?
”야옹.” (밥이나 더 줘요.)
캐미가 내 배를 꾹 밟는다. 그래, 밥이나 주자. 하지만 이것도 내 나름의 ‘성육신’이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사료’라는 물질로 바꿔주는 거니까.
오늘 내 삶도 기록이 된다. 비록 성경책 뒤에 붙지는 못하겠지만, 하늘의 누군가는 읽고 계시겠지. 이 뚱냥이와의 전쟁 같은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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