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태우는 중입니다.
[부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넘어, 하늘에 있는 전우들에게 바치는 늦은 고백]
지난번, 제 자신을 ‘톱밥 먹으며 꿈꾸는 노가다 할아버지’라고 소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AI가 쓴 글이 아니냐고 물으셨지만, 그 글은 투박한 제 손가락 끝에서 나온 진심이었습니다.
오늘은 톱밥 가루보다 더 깊숙이 박혀 있던, 제 가슴속 오래된 파편 하나를 꺼내보려 합니다.
1. 오만했던 청춘의 비행
젊은 날, 저는 해군 조종사였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겁이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했습니다. 좁은 콕핏(조종석)에 앉아 하늘로 솟구칠 때면, 저는 건방지게도 신을 향해 이렇게 뇌까리곤 했습니다.
“비행 중 폭발하든 추락하든, 찰나에 죽으면 그만 아닌가? 내 목숨은 내 것이니, 그 끝도 내가 감당한다.”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나를 지켜보시는 주님 앞에서도 저는 그렇게 ‘죽음의 객기’를 부리며 비행했습니다. 그것이 멋인 줄 알았던, 참으로 철없고 이기적인 탕자였습니다.
2.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은 저의 그 오만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너무나 아픈 방식으로 생명의 무게를 가르쳐주셨습니다.
해군으로 복귀 후 함께 비행 훈련을 받던 동기들.
이륙 도중 기체 결함으로 활주로 끝에서 멈춰버린 S-2C 초계기의 친구들.
해상 임무 교대를 위해 날아가다 악천후 속 능선에 부딪힌 링스(Lynx) 헬기의 전우들.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 기종 전환의 갈림길에서 저는 우연처럼 ‘알루엣-III’를 선택했고,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한동안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왜 저들입니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던 건 나였는데, 왜 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먼저 가야 했습니까?”
그것은 살아남은 자가 짊어져야 할 지독한 부채감이었습니다.
3. 시드는 장미가 아니라, 타오르는 촛불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살아가며 저는 종종 제 자신이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마법의 장미’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꽃잎이 하나둘 힘없이 떨어져 나가는, 그저 소멸을 기다리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 낡은 성경책을 펴고 잠언 20장 27절을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사람의 영은 주님의 등불이니…”
아, 나는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야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심지를 태우던 그 촛불처럼, 내게 남은 체력, 지력, 시간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되기 위해 쓰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4. 하늘에 있는 친구들에게
먼저 간 동기들아, 들리느냐.
너희가 그토록 날고 싶었던 이 하늘 아래서, 나는 덤으로 얻은 이 생명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지금 만드는 ‘미래백년연구소’의 꿈, 아이들을 위한 동화, 그리고 이 투박한 글쓰기…
이 모든 것은 나 혼자의 유희가 아니다. 너희가 못다 산 삶, 너희가 지키고 싶었던 조국의 미래까지 내 어깨에 얹어, 두 배로 치열하게 살다 가겠다는 나의 맹세다.
나의 촛불이 다 타는 날, 활주로 저편에서 다시 만날 때.
“자네, 그 덤으로 받은 시간 참 알차게 태우고 왔군.” 하며 웃어주길 바란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톱밥을 뒤집어쓰고, 글을 씁니다.
이것은 나의 ‘부끄러운 자서전’이 아니라, 내 친구들에게 바치는 ‘가장 뜨거운 헌정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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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100명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비난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냉철한 전략과 따뜻한 통찰로 이 생명의 방주를 함께 채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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