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최후의 왕과 대한제국의 그림자,그 역사적 데자뷔가 우리에게 묻는다
프롤로그: 조롱받는 왕의 대관식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막 15:18)
로마 군병들의 거친 웃음소리가 빌라도의 법정을 채운다. 그들은 한 청년에게 낡은 자색 옷을 걸쳐주었다.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고귀한 색, ‘퍼플(Purple)’. 하지만 그 옷은 영광의 상징이 아니라, 식민지 백성을 향한 제국의 지독한 조롱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서늘한 기시감을 느낀다. 힘을 잃고 일본 헌병들의 감시 속에 살아야 했던 덕수궁의 고종 황제, 혹은 만주 벌판에서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푸이. 제국주의의 군홧발 아래 짓밟힌 나라의 왕들은 언제나 그렇게 비참하고 초라했다.
1막: 끊어진 희망, 시드기야의 눈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유대인들의 뇌리 깊은 곳에는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있다. 기원전 586년,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
바벨론 군대는 시드기야가 보는 앞에서 그의 어린 아들들을 모두 처형했다. 왕의 혈통, 나라의 미래, 민족의 희망이 아버지의 눈앞에서 참살당했다. 그리고 바벨론은 시드기야의 두 눈을 뽑아버렸다. 그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자식들의 죽음’이자 ‘역사의 단절’이었다.
그날 이후, 다윗의 왕좌는 비었다.
왕이 사라진 나라. 보호자가 없는 백성.
그렇게 400년이 흘렀다.
2막: 400년의 침묵과 가짜 왕들의 시대
역사의 암흑기였다. 사람들은 “언제 다시 우리의 왕이 오시는가?”를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로마의 돈으로 왕관을 산 에돔 출신의 헤롯 가문이었다. 백성들은 그들을 ‘분봉왕’이라 부르며 경멸했지만, 한편으론 공포에 떨었다.
진짜는 오지 않고,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
그것은 마치 을사늑약 이후,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이 호의호식하며 ‘조선의 지도자’ 행세를 하던 우리의 지난 역사와 너무나 닮아 있다.
3막: 동방박사의 질문, 그리고 역설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동방의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해 묻는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400년을 기다린 질문이었다. 시드기야의 아들들이 죽으며 끊어졌던 그 맥이 다시 이어졌다는 선포였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린 왕의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다시 빌라도의 법정.
그 ‘진짜 왕’은 지금 로마 군병들에게 뺨을 맞고, 가시관을 쓰고, 갈대를 쥐고 있다. 군병들은 비웃는다. “보라, 이것이 너희가 기다린 왕이다. 옛날 시드기야처럼 무력하게 망해버릴 너희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제국의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조롱거리가 됨으로써 백성의 아픔을 짊어지는 것. 그것이 진짜 왕의 길이라는 것을. 역사의 단절을 잇는 방법은 ‘복수’가 아니라 ‘희생’이었다는 것을.
에필로그: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대한민국과 유대.
두 나라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수없이 짓밟히고, 왕을 잃고, 이름을 잃었던 ‘망국의 역사’를 공유한다. 시드기야의 절망과 고종의 한숨은 시대를 넘어 공명한다.
그러나 오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통렬한 메시지는 단순히 “슬픈 역사를 잊지 말자”가 아니다.
우리는 묻고 있는가?
화려한 겉모습을 한 ‘가짜 왕(물질, 권력, 허상)’들에게 현혹되어,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로마 군병들은 예수를 비웃었지만, 역사는 로마가 아닌 예수를 기억한다.
진정한 승리는 칼과 창에 있지 않고, 묵묵히 고난을 견뎌내며 지켜낸 정신(Spirit)에 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지금 우리는 400년의 침묵을 깨고 온 왕을 알아볼 눈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화려한 자색 옷을 입은 가짜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
망국의 아픔을 아는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그 깊은 우물에서 오늘, 우리는 다시 길을 묻는다.
[작가 노트]
역사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이 묵상이, 오늘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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