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3장 4절은 아브라함이라는 거인이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나그네의 정체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자, 히브리서 11장 13절의 확증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였던 믿음의 족장이 사랑하는 아내 사라를 떠나보내며, 정작 자신은 발붙일 땅 한 평 소유하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그가 바라보던 곳이 이 땅의 데이터가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1. ‘낯선 자’와 ‘나그네’ (Stranger and Sojourner)
아브라함은 당대 최고의 부와 사설 민병대(318명)를 거느린 유력자였음에도, 헷 족속 앞에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어 stranger와 sojourner라 칭합니다.
- Stranger (낯선 자): 법적 권리가 없는 외국인이나 외부인을 뜻합니다.
- Sojourner (나그네): 잠시 머물다 떠날 사람, 즉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을 거주자를 의미합니다.
- 진정성의 증거: {주}로부터 가나안 땅 전체를 약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나님의 때를 강제로 앞당겨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매장지’를 구입함으로써, 이 땅에서는 오직 죽어서 머물 자리면 충분하다는 천국 시민의 로직을 실천한 것입니다.
2. 막벨라 굴 매입의 지정학적 결단
아브라함이 헷 족속에게 은 400세겔이라는 거금을 주고 막벨라 굴을 산 것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닙니다.
- 공식적 소유권 (Possession): 아브라함은 호의로 거저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공공연히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는 훗날 자손들이 돌아와 이 땅을 기업으로 삼을 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법적 증거(Log)’를 남기기 위함이었습니다.
- 보이지 않는 본향: 히브리서 11장은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증언합니다. 아브라함에게 가나안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영원한 나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정거장이었습니다.
[미백번역] 창세기 23:4 (대안적 번역)
가이드라인인 ‘영미식 문장 배치’와 ‘논리적 대등 관계’를 살린 번역안입니다.
창세기 23:4: 나는 당신들과 함께 있는 낯선 자요 나그네이니: 당신들 가운데 내게 매장지 소유를 주어, 내가 나의 죽은 자를 내 눈앞에서 내어다 장사하게 하소서 하였음이다.
제레마야 단상
필자는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원주인에게 무덤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의 진정성을 보았다. 이것은 미래백년연구소(mi100.kr)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진정한 거인은 당장의 소유권을 주장하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역사의 쐐기’를 박는 법임을 아브라함을 통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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