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벧호론의 비탈길, 그 지독한 데자뷔
여호수아 16장 5절, 노년의 여호수아는 에브라임 지파의 경계를 확정하며 ‘벧호론’이라는 지명을 기록한다. 아마도 그 이름을 적는 그의 붓끝은 미세하게 떨렸을 것이다. 그곳은 불과 얼마 전, 태양과 달을 멈춰 세우고 아모리 연합군과 사투를 벌였던 처절한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적들의 피와 아군의 땀이 뒤섞여 진흙탕이 되었던 그 죽음의 골짜기가, 이제는 내 자손들이 평화롭게 거주할 ‘기업(Inheritance)‘의 경계선이 되었다. 전장이 유업으로 바뀌는 이 지독한 역설 앞에서 여호수아는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은 단순한 흙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으로 지불된 ‘유급(有給)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2. “피눈물로 지켰단다”, 한반도의 웅변
영화 <강철비>의 주제곡 가사처럼,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이 나라를 지켜낸 것은 화려한 외교술이나 거대 강대국의 시혜가 아니었다. 이름 없는 병사들의 피눈물이었고, 자식을 전장에 보낸 어머니들의 통곡이었다.
여호수아가 벧호론에서 마주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나 무명의 고지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지도는 단순히 펜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1950년의 포화 속에서,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국난의 현장에서 흘린 피가 잉크가 되어 그려진 ‘혈(血)의 설계도‘다.
3. ‘나할라(Nachalah)’, 거저 주어지는 평화는 없다
히브리어로 기업을 뜻하는 ‘나할라‘는 ‘상속받은 몫’을 의미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통을 겪다’는 어원이 숨겨져 있다. 평화는 전쟁의 부재(不在)가 아니라, 전쟁의 대가를 치른 자들이 누리는 전리품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안온한 평화 속에 취해, 우리 발밑의 지층이 얼마나 많은 희생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호수아가 늙어서도 지도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하다. 그 피 묻은 전장이 다시는 죽음의 땅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그 ‘유업’의 가치를 다음 세대의 가슴에 지계석처럼 박아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4. 나가는 글 : 다시, 야성의 지도를 펼치며
2026년 대한민국, 우리는 다시금 격변하는 세계 질서의 소용돌이 앞에 서 있다. 여호수아처럼 노병이 된 원로들이 다시 지도를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의 피눈물을 잊은 민족에게 내일의 유업은 없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무게를 기억하자. 벧호론의 전장에서 평화의 마을을 일궈냈던 여호수아의 그 날카로운 ‘야성’이, 오늘날 차갑게 식어가는 우리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달구어야 한다. 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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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100명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비난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냉철한 전략과 따뜻한 통찰로 이 생명의 방주를 함께 채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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