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갈릴리 해변, 거친 바람이 불어옵니다.
거기 한 사내가 서 있습니다. 비단옷을 입은 왕자가 아닙니다. 나무를 다듬느라 손마디가 굵어지고 굳은살이 박인, 영락없는 ‘목수(Carpenter)’의 모습입니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흐르고, 걷어붙인 팔뚝엔 흙먼지가 묻어 있습니다. 그는 지금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까칠하게’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크고 무거운 키(Winnowing Fan)가 들려 있습니다.
“솨아아- 쏴아아-“
그가 알곡과 검불이 뒤섞인 수확물을 공중으로 높이 쳐올립니다. 자비심 없는 바람이 들이닥칩니다.
가벼운 껍데기들, 속이 빈 쭉정이들은 바람에 밀려 힘없이 날아가 버립니다.
오직 생명의 무게를 지닌 알곡들만이 ‘툭, 툭’ 하고 그의 발치에 떨어져 쌓입니다.
그의 눈빛은 서늘합니다. 날아가는 쭉정이를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그의 관심은 오직 발아래 남는 ‘진짜’뿐입니다.
그때, 매끈한 옷을 입은 서기관과 제사장들이 그 거친 작업장으로 몰려옵니다. 흙먼지 날리는 그곳이 불쾌한 듯 코를 막으며 따져 묻습니다.
”이보시오,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성전을 뒤엎고 병자를 고치는 거요? 누가 당신에게 이런 ‘도끼질’을 할 자격을 주었소?”
키질을 하던 예수가 멈춥니다.
땀을 닦으며 그들을 응시합니다. 그 눈빛은 방금 전 쭉정이를 걸러내던 그 서늘한 눈빛 그대로입니다. 변명도, 긴 설교도 없습니다. 그저 툭, 하고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나도 한 가지만 묻겠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부터 왔느냐, 아니면 사람으로부터 왔느냐? 대답해 보라. 그러면 나도 내 권위를 말해주겠다.”
순간, 바람 소리만 남고 정적이 흐릅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물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영혼의 무게를 재는 ‘키질’이었습니다.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하늘이라고 하면, 왜 요한을 믿지 않았냐고 할 것이고… 사람이라고 하면, 요한을 선지자로 믿는 저 백성들이 우리를 돌로 칠 것이다.’
그들은 진리를 말할 용기도, 자신의 소신을 밝힐 배짱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벼운 ‘쭉정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은 비겁한 답을 내놓습니다.
“우리는… 모르겠소.”
예수는 다시 키를 잡습니다. 그리고 무심하게, 그러나 우레와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 또한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나그네여, 보이십니까?
자신의 정체조차 밝히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저 화려한 제사장들이야말로 바람에 날리는 먼지입니다.
반면,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침묵으로 거짓을 제압한 뒤 묵묵히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저 투박한 목수.
그분의 침묵은 웅변보다 강합니다.
자신이 하늘에서 왔음을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저 압도적인 자신감(Self-Evidence).
저 거친 손이 쥐고 있는 키야말로, 그분이 심판의 주관자이심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당신은 지금 저 바람 앞에서 어디로 날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분의 발치에 무겁게 떨어져 남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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