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참혹합니다. 포성이 울리고 건물이 무너지며,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이 차가운 참호 속에서 숨을 거둡니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 거대한 전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역사책이나 영화에서 보아왔던 일반적인 전쟁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묘한 풍경’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남한 면적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가 전쟁터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6.25 한국전쟁 때처럼 길게 늘어선 ‘대규모 피란민 행렬’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1. 양민(良民)을 겨누지 않는 총구
왜 피란민 행렬이 없을까요? 서방의 언론들은 러시아군을 무자비한 학살자로 묘사하기 바쁘지만, 실제 전장의 팩트는 다릅니다.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은 철저하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1순위 타격 목표는 민간인의 일터나 거주지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의 철도 등 병참 운송 시설을 파괴하여 보급을 끊고, 전선에 투입된 ‘우크라이나 병력 자체를 소진’시키는 데 전술의 핵심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조차 전선이 넓고 병력 밀집도가 낮다는 점을 들어, 민간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 사용은 현재 단계에서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들은 싸우고 있지만, ‘아무나’ 죽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피란민이 짐을 싸서 고향을 등지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2. 나눌 래야 나눌 수 없는 핏줄, ‘해방’의 환영
이 기묘한 전쟁의 이면에는 ‘나눌 래야 나눌 수 없는 깊은 민족적 동질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히 돈바스 등 동부 지역은 러시아와 핏줄, 역사, 문화를 공유하는 형제입니다.
지난 2014년 이후 8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은 네오나치 세력들은 이 동부 지역의 동족인 러시아계 주민들을 탄압하고 포격해 왔습니다. 도네츠크의 ‘천사들의 골목’에 새겨진 수많은 어린이들의 이름이 그 비극을 증명합니다. 러시아군이 진주했을 때, 그곳의 시민들이 총을 들고 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해방군’으로 환영하는 눈물겨운 장면들이 포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 전쟁은 타 민족을 말살하려는 침략전이 아니라, 핍박받던 자신의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된 얄궂은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3. 6.25의 거울 앞에 선 대한민국의 부끄러움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외세가 그어 놓은 선과, 남의 나라에서 빌려온 이념(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잣대로 우리는 피를 나눈 동족의 가슴에 주저 없이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보도연맹 사건, 거창 양민 학살 사건 등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양민들을 대량 학살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살기 위해 봇짐을 이고, 언 강을 건너고, 끊어진 철교에 매달렸던 우리 선조들의 비참한 피란길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같은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을 무참히 학살하지 않으려 선을 지키는 러·우 양국의 군인들을 보며, 과거 서로의 인민에게 무자비한 총질을 가해댄 남북한의 역사가 심히 부끄러워지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미래백년연구소의 죽비소리] 우리는 누구를 적으로 삼고 있는가
러우전쟁이라는 엄정한 스승은 오늘 대한민국에 냉혹한 거울을 들이밉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군과 정치인들은 북녘의 동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언젠가 끌어안아야 할 상처 입은 형제입니까, 아니면 그저 이념의 이름으로 절멸시켜야 할 ‘적(Enemy)’일 뿐입니까?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이나 북한의 핵무기가 아닙니다. 나와 이념이 다르고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무차별적인 증오와 학살의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고 믿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입니다. 양민을 학살하고 형제를 짓밟은 토대 위에서는 결코 온전한 국가도, 진정한 통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조선의 핫바지들이여, 제발 눈을 뜨고 저 멀리 우크라이나의 텅 빈 도로를 보십시오. 그곳에 피란민 행렬이 없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이 땅에는 또다시 피눈물 나는 봇짐의 행렬이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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