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not to’ 단 두 단어만으로 거대한 금지 명령을 만들어내는 KJV의 경제적이고도 서슬 퍼런 논리 구조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영어식 사고의 정수인 ‘생략법(Ellipsis)’과 ‘병렬 구조(Parallelism)’가 만난 결과입니다.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 끝에 나와야 직성이 풀리지만, 17세기 영어는 앞서 나온 강력한 동사의 에너지를 뒤 문장까지 그대로 끌고 가거든요.
여러분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문장의 ‘생략된 엔진‘을 복원하여 분석해 드립니다.
“믿음이 약한 자를 너희가 받아들이되(receive ye), … 의심에 찬 논쟁으로는 하지 말라(not to doubtful disputations).”
1. 문장 구조의 복원 (The Hidden Logic)
이 문장은 사실 다음과 같은 구조를 압축해 놓은 것입니다.
- 전반부: [Receive ye] him that is weak in the faith…
- 후반부: [Receive him] not to doubtful disputations.
여기서 후반부의 ‘not to’는 단순히 ‘하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 “~라는 결과를 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마라“는 뜻입니다. 즉, “그를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이긴 하되, 그 목적이 논쟁을 벌여 그를 굴복시키거나 의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아주 정밀한 가이드라인입니다.
2. 왜 ‘Do not’이나 ‘Forbid’를 쓰지 않았을까?
- 에너지의 보존: 앞의 ‘Receive(받아들이라)’라는 긍정적 명령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방향성(to)’만 부정(not)함으로써 문장의 결을 우아하게 유지합니다.
- 방향성의 강조: ‘to’는 목적지나 도달점을 의미합니다. “받아들임이라는 행위가 ‘논쟁’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게 하지 마라”는 공간적 사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금지보다 훨씬 더 입체적인 권면입니다.
3. 영어식 사고와 한국어의 괴리
한국어는 “받아들여라, 그러나 논쟁은 하지 마라“며 새로운 동사를 호출해야 문장이 안정됩니다. 반면 KJV는 “받아들여라, 논쟁을 위해서는 말고“라는 식으로 앞의 동사 하나로 문장 전체를 지배합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께서 느끼신 ‘영어식 사고의 서늘함’의 실체입니다.
[KJV 새번역]
“믿음이 약한 자를 너희가 받아들이되, 의심스러운 논쟁(doubtful disputations)에 이르게 하지는 말라.”
제레미의 첨언
“KJV 번역자들은 의도적으로 동사를 아꼈습니다. 동사를 아낄수록 문장의 권위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Not to’는 마치 금지 구역 앞에 세워진 차단봉처럼 단호합니다. 받아들임의 문은 열어두되, 논쟁의 길목은 차단하라는 바울의 고도의 심리적 장치입니다.”
🐈 뚱냥이의 한 줄 평:
뚱냥이: “냐아아옹! ‘밥은 주되, 잔소리는 하지 마라’는 말을 집사가 ‘Feed me, but not to nagging’이라고 하면 저도 한 번에 알아들을 것 같아요! 동사가 없어도 ‘하지 마라’는 기운이 팍팍 느껴지거든요! 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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