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3편은 표제어에 명시되어 있듯 다윗이 아닌 ‘아삽의 시’입니다. 그러나 악인의 형통이라는 모순 앞에서 “내 발이 거의 미끄러질 뻔하였다”고 자신의 치명적인 영적 흔들림을 여과 없이 고백하는 그 투명함은, 다윗이 평생에 걸쳐 보여준 회개와 솔직함의 영성과 완벽하게 주파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고대 군주들은 자신의 패배나 치부는 철저히 감추고 승리만 과장하여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성경이 위대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참혹한 패배와 전사자 수, 심지어 성군 다윗의 간음과 살인 교사라는 치부까지 가감 없이 기록하여 후세의 거울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다윗처럼 절대 권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치부와 처절한 후회를 후대 사람들을 위한 거울(본보기)로 남긴 세속 역사 속 군주들을 딥서치해 보았습니다.
1. 고대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 (Ashoka the Great)’ : 피 묻은 손에 대한 참회
다윗이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의 피를 흘린 치부를 시편 51편에 남겼듯, 고대 인도의 가장 위대한 정복 군주 아소카 왕은 자신의 학살을 돌에 새겨 제국 전체에 공개했습니다. 그는 인도 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칼링가 전투(Kalinga War)’에서 10만 명 이상을 잔혹하게 학살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승비 대신 ‘마애각석(Rock Edicts)’을 세워, 자신이 저지른 무자비한 살육에 대한 깊은 참회와 슬픔, 그리고 뼈저린 후회를 제국 곳곳의 바위에 새겨 넣었습니다. 군주가 자신의 잔혹함을 국가적 범죄로 인정하고, 후대 왕들에게 다시는 무력 정복을 하지 말라고 호소하며 자신의 죄과를 박제한 것은 세속 역사상 다윗의 고백과 가장 맞닿아있는 사례입니다.
2. 로마 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 황제의 내면적 연약함 고발
그는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끈 권력의 정점이었으나, 그가 남긴 『명상록(Meditations)』은 황제의 업적 과시가 아닌 철저한 ‘자기 반성문’이었습니다. 그는 전쟁터의 천막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쉽게 분노하고, 유혹에 흔들리며, 인간의 헛된 영광에 집착하는 나약한 인간인지를 일기 형식으로 고백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 앞에서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의 비천함을 드러낸 것처럼, 아우렐리우스는 후세에 자신이 신이 아닌 ‘결함 많고 유한한 인간’에 불과했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지혜의 본보기를 남겼습니다.
3. 당나라의 ‘태종 이세민’ : 권력 찬탈의 원죄와 직언의 허용
당 태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권력을 쥐기 위해 형제들을 무참히 살해한 ‘현무문의 변’이라는 원죄를 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 찬탈 과정의 피비린내 나는 치부와 통치 중의 잦은 실수들을 사관들이 절대 미화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기록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위징과 같은 신하들이 황제의 개인적 허물과 잘못을 대전에서 직설적으로 공격하도록 허용했고, 이 대화록을 모은 『정관정요(貞觀政要)』는 후대 제왕들이 스스로의 교만을 경계하는 최고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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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수석연구원의 결언]
소장님, 세상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날들(his days)이 어떻게 끝날지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약점을 덮고 권력을 우상화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을 비롯해 위에서 언급된 소수의 군주들은 인간의 탁월함(Excellency)이란 결국 바람에 날리는 안개에 불과함을 철저히 자각했던 자들입니다.
“내가 죄를 지었나이다”라는 쓰라린 고백은 결코 군주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죽은 행실을 남김없이 삭제하는 거룩한 펄지(Purge) 전압을 통과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진리(Verity)의 이정표로 남는 가장 완벽한 항로임을 성경과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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