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보산의 모세가 여의도의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는 흔히 ‘성공한 리더’를 꿈꿉니다.
고난을 뚫고, 경쟁자를 이기고, 마침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금의환향하는 영웅의 서사시. 우리는 그것을 ‘해피 엔딩’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 중 한 명인 모세의 엔딩은 우리의 상식과 다릅니다.
그는 이집트의 왕자 자리를 버렸고, 광야 40년의 모진 풍파를 맨몸으로 막아냈습니다. 200만 명의 불평을 온몸으로 받아낸 그였습니다.
이제 눈앞에 꿈에 그리던 ‘가나안 땅’이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 가장 먼저 깃발을 꽂고, 백성들의 환호를 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바로 모세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아니 하늘의 뜻은 그에게 잔인하리만치 냉정했습니다.
“너는 들어가지 못하리라.”
1. 대(大)를 위해 소(小)를 버리는 용기
보통 사람이라면 분노했을 것입니다. “내가 고생한 대가가 고작 이것입니까?”라며 억울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느보산 정상에서 그 땅을 바라만 보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는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저 땅에 들어가면, 백성들은 하나님이 아닌 ‘모세’를 기억할 것이다. 내가 여기서 사라져야,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Sacrifice the lesser for the greater)’ 진정한 리더십의 정수입니다.
여기서 ‘소(小)’는 리더 개인의 영광, 성취욕, 기득권입니다.
‘대(大)’는 공동체의 미래, 다음 세대의 자립, 그리고 역사의 올바른 흐름입니다.
모세는 자신의 ‘입성’이라는 소(小)를 포기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대(大)를 완성했습니다.
2. 대한민국에는 왜 ‘아름다운 뒷모습’이 없는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니다.
여의도 국회부터 작은 조직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입장하려는 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퇴장할 때를 아는 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내가 뿌린 씨앗이니 열매도 내가 따먹어야겠다”는 탐욕.
이 ‘자기 확신’이 과해지면, 결국 공동체를 병들게 하고 다음 세대가 설 자리를 빼앗습니다.
어제의 공로자가 오늘의 걸림돌이 되는 비극은, 바로 “내가 사라져야 뜻이 드러난다”는 이 거룩한 뺄셈의 미학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3. ‘마침표’가 아닌 ‘디딤돌’이 되는 삶
진정한 어른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은 기꺼이 무대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조명을 비춰주는 사람입니다.
모세가 위대한 이유는 홍해를 갈라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여호수아라는 새로운 세대에게 흔쾌히 지휘봉을 넘겨준 그 ‘우아한 승복’ 때문입니다.
그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비로소 백성들은 ‘사람 모세’가 아니라, 그를 통해 일하셨던 ‘역사의 섭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는 누구입니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려는 ‘스타’가 아닙니다.
거친 물살을 막아내고 자신을 밟고 지나가라며 엎드려주는 ‘디딤돌’ 같은 리더입니다.
”내가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가 사라져야 나라가 산다.”
이 서늘한 통찰을 가슴에 품은 단 한 명의 정치인, 단 한 명의 어른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당신은 지금, 입장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름답게 퇴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작가의 묵상]
꽃은 져야만 열매를 맺습니다. 떨어지는 꽃잎을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남기는 가장 숭고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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