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르앗의 야성(野性)과 2025년의 대한민국
Written by. 미래백년연구소 (Charly-One)
오래된 비행 앨범을 뒤적이다, 20대 청년 시절의 나를 만났습니다.
알루에트-III 헬기 옆에 선, 앳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던 그 시절의 해군 조종사.
그때 나는 내가 지키는 바다가 그저 ‘영토’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 다시 성경을 펴보니, 내가 지키려 했던 것은 ‘기억’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성경 속에서 기이할 정도로 ‘의리’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길르앗 야베스(Jabesh-Gilead) 사람들입니다.
사울 왕이 적군 블레셋에게 패해 처참하게 죽고, 그 시신이 성벽에 내걸려 모욕을 당하던 날.
이스라엘의 모든 군대는 흩어지고 숨죽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요단강 건너편 길르앗 야베스의 용사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밤새도록 적진을 뚫고 달려가, 목숨을 걸고 사울의 시신을 수습해 돌아왔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이미 죽은 왕인데, 실패한 권력인데 말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기억’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 자신들이 적에게 눈알이 뽑힐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 바로 젊은 날의 사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입은 은혜가 있는데, 어찌 그를 저리 둡니까.”
그 투박한 진심이 그들을 칠흑 같은 어둠 속 적진으로 달리게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2025년의 대한민국을 봅니다.
우리 역시 ‘길르앗의 DNA’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동방의 작은 나라를 위해 피 흘렸던 푸른 눈의 청년들.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필리핀, 에티오피아, 남아공…
7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지 않고 찾아가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행사뿐만이 아닙니다.
‘라카이코리아’나 ‘인프레쉬’ 같은 작은 한국 기업들이 신발을 팔고 비누를 팔아, 그 수익금으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낡은 집을 고치고, 참전용사의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보냅니다.
어떤 청년들은 사비를 털어 전 세계를 돌며 노병들의 사진을 찍어 선물합니다.
이것은 마케팅이 아닙니다. 이것은 ‘보은(報恩)’입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밤새 달려갔던 그 마음과 똑같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청춘을 바쳤으니, 이제 우리가 당신들의 노년을 지키겠습니다.”
사랑하는 브런치 가족 여러분.
은혜를 입는 것은 수동적인 일이지만, 은혜를 갚는 것은 능동적인 ‘용기’입니다.
길르앗 사람들이 밤새 적진을 뚫었던 그 용기, 그것이 바로 ‘의리’이며 ‘품격’입니다.
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불안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누구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이제 우리가 누구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오늘도 저는 낡은 비행일지에 적어 넣습니다.
“대한민국은 결코 은혜를 잊지 않는다. 우리는 길르앗의 후예다.”
이 땅의 자유를 위해 싸워주신 모든 영웅들께,
늙은 조종사 ‘Charly-One’이 거수경례를 올립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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