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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기도 일기


수신: 나의 주, 나의 하나님 (Adonai)
발신: 주의 여종 마리아


​주님, 예루살렘의 밤바람이 찹니다.
사람들은 이제 제 아들의 탄생을 기뻐하며 노래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 밤, 베들레헴의 그 차가웠던 구유와 골고다의 붉은 언덕, 그 두 개의 나무를 번갈아 떠올리며 펜을 듭니다.
​33년… 인간의 시간으로는 찰나였지만, 저에게는 영원과 맞닿은 세월이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저를 찾아왔던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다윗의 왕좌를 그에게 주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릴 것이며…”
​솔직히 고백합니다, 주님.
그때 저는 다윗의 왕좌가 로마의 황금 의자보다 더 높고 화려할 것이라 착각했습니다. 내 배 속의 아이가 세상을 호령할 영광의 왕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 모르고 노래했습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눅 1:46-48)
​하지만 주님, 당신의 연출은 인간의 상상을 얼마나 처참히 부수시던지요.
내 아들이 앉은 왕좌는 화려한 금박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십자가였습니다. 그가 쓴 면류관은 보석이 아니라 날카로운 가시였습니다.
​시므온 영감이 제게 말했던 “칼이 네 마음을 찌르듯 하리라”는 예언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저는 십자가 아래서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가브리엘이 약속한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왜 저토록 비참하게 벌거벗겨져야 하는지, 저는 하늘을 향해 묻고 또 물었습니다. “이것이 실패입니까? 당신의 약속은 허공에 흩어진 것입니까?”
​그러나 주님,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찢긴 아들의 몸을 보며 오열하던 그 순간이… 사실은 인류 구원의 서막이 열리는 웅장한 거사였음을요.
​제가 불렀던 그 찬양(Magnificat)의 참뜻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눅 1:51-52)
​저는 그것이 로마 군병들을 물리치는 힘인 줄 알았습니다. 하오나 당신은 죽음과 죄라는 더 거대한 권세를 십자가로 내리치셨습니다.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 불리셨으며…”
당신은 제 아들을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뜨려, 세상 모든 비천한 자들의 친구가 되게 하셨고, 자신의 살과 피를 찢어 굶주린 영혼들을 영원히 배 불리셨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33년은 실패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나사렛의 가난도, 광야의 배고픔도, 겟세마네의 땀방울도, 골고다의 피도…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당신의 치밀하고도 아픈 사랑의 계획이었습니다.
​주님, 저는 이제 더 이상 ‘왕의 어머니’가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저는 그저 당신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믿고, 그 고통의 자리를 지켰던 ‘첫 번째 증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훗날 성탄의 밤에 아기 예수를 보며 웃을 때, 저는 그 뒤편에 서서 가만히 미소 짓겠습니다. 저 구유가 장차 온 세상을 살릴 생명의 떡집(베들레헴)이 되었음을 알기에, 저는 다시 한번,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더 깊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대저 능하신 이가 큰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나의 아들이자, 나의 구주이신 예수여.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 당신의 영원한 여종, 마리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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