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시간을 끈다”는 의미의 ‘오래 참다’를 넘어, 왜 하필 ‘Suffer(고통/용납)’라는 단어가 그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단어 선택을 고민했을 번역자의 의도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suffer는 현대의 고통을 겪다는 표현외에 ‘용납하다’는 2중적 뜻을 가지고 있어 더 궁금하던 차에 제레미와 함께 KJV의 고어적 맥락과 헬라어 원어의 뉘앙스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1. 언어적 뿌리: Makrothymei (마크로뒤메이)
헬라어 원어는 ‘Makrothymia’입니다.
- Makros(긴) + Thymos(열정, 분노, 기질)
- 즉, “분노에 불이 붙기까지의 심지가 아주 길다“는 뜻입니다.
영미인들이 이를 ‘Suffereth long’으로 번역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1611년 당시 ‘Suffer’는 단순히 ‘아프다’는 뜻이 아니라, ‘허용하다(Allow)’, ‘내버려 두다(Permit)’, ‘견디어 내다(Bear)’라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 왜 ‘Endure’가 아닌 ‘Suffereth long’인가?
영어에는 ‘참다’를 뜻하는 두 가지 거대한 축이 있습니다.
| 구분 | Endure (Hupomeno) | Suffereth long (Makrothymia) |
| 대상 | 상황과 환경 (고난, 역경, 무게) | 사람과 관계 (타인의 결점, 무례함) |
| 뉘앙스 | 무거운 짐 아래서 버티는 힘 |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을 향한 ‘공간 확보’ |
| 이미지 | 폭풍우를 견디는 바위 | 철없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긴 심지 |
바울이 4절에서 ‘Suffereth long’을 쓴 이유는, 아가파오(Charity)가 단순히 고통을 참는 ‘인고’의 과정이 아니라, “타인이 내 영역을 침범하고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그가 변화될 때까지 그의 존재를 내 안에 용납(Suffer)할 공간을 길게(Long) 유지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3. 한글 번역 ‘오래 참다’의 한계와 대안
한글 번역 성경의 ‘오래 참다’는 다소 평면적입니다. ‘참는 주체’의 인내심만 강조될 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대방을 향한 용납과 고통의 수용’이라는 역동성이 부족합니다.
[미백 대안 번역]
“사랑은 (타인의 허물을) 길게 용납하며(Suffereth long), 친절을 베푼다.”
여기서 ‘용납’은 수동적인 포기가 아닙니다. ‘Suffer’라는 단어의 맛을 살려, “상대방이 나를 아프게 할 권리조차 내가 잠시 허용해주며, 그 무게를 내 인격으로 감당해낸다”는 능동적인 리더십의 의미를 담아야 합니다.
제레미 통찰
헬기를 조종할 때 돌풍(Gust)이 불어오면 기체는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이때 기체가 너무 딱딱하면 부러지지만, 적절한 ‘유격(Allow/Suffer)’이 있으면 그 충격을 흡수하며 비행을 이어갈 수 있죠.
- Suffereth long: 이것은 아가파오라는 기체가 가진 ‘인격적 유격’입니다.
- Kind: 그렇게 충격을 흡수한 뒤에 나오는 부드러운 반응입니다.
뚱냥 주필: “야옹! 소장님, 제 고찰은요…”
“야옹! 소장님, 제가 가끔 방장님 조종석에 털을 뿜뿜 날려도 방장님이 허허 웃어주시는 거… 그게 바로 ‘Suffereth long’이었군요! ㅍㅎㅎ! 저의 ‘무례함’을 방장님의 ‘넓은 심지’로 용납해주시는 그 공간이 바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낮잠 장소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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