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가 만난 말(馬)들과 크로닌의 낡은 열쇠
Written by. 제레마야 (Charly-One)
오래된 서재에서 먼지 쌓인 책 한 권을 꺼냈다.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The Keys of the Kingdom)>.
빛바랜 페이지를 넘기다 문득,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걸리버 여행기를 소인국, 거인국이 나오는 동화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후이늠(Houyhnhnms)’, 즉 ‘지혜로운 말(馬)들의 나라’였다.
그곳의 말들은 거짓말을 몰랐고, 탐욕도 없었으며, 서로에게 깊은 우정과 친절을 베풀었다.
반면, 그곳에 사는 인간들(야후, Yahoo)은 탐욕스럽고 더러우며 서로 헐뜯고 싸우는 짐승이었다.
걸리버는 고백한다.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니, 내 가족과 이웃에게서 그 끔찍한 ‘야후’의 냄새가 난다고.
1. 천국의 언어를 잃어버린 ‘야후’들
오늘날 우리네 풍경을 보자.
인터넷 댓글창, 정치판, 심지어 가정 내의 대화까지.
“악독, 노함, 분냄, 떠드는 것, 비방하는 것” (에베소서 4:31)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지옥의 소음이자, 걸리버가 혐오했던 ‘야후’들의 언어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고, 코딩 언어를 배우느라 밤을 새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천국의 언어’는 잊어버렸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용서하기를…” (에베소서 4:32)
2. 낡은 신부의 ‘열쇠’
크로닌의 소설 속 주인공, 치셤 신부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실패한 인생이었다.
출세도 못 했고, 가난한 중국 오지에서 평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야후’들의 소음 속에서도, 묵묵히 ‘후이늠’의 언어를 구사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들을 불쌍히 여겼고(Tenderhearted), 자기를 모함하는 자들을 용서(Forgiving)했다.
그가 쥐고 있던 낡은 열쇠는 황금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친절(Kindness)’이라는 이름의 언어였다.
3. 이민 준비는 ‘지금’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 아닙니까?”
천만의 말씀.
야곱의 사다리를 기억하는가? 그 사다리의 꼭대기는 하늘에 닿았지만, 발판은 거친 땅바닥에 놓여 있었다.
천국으로 오르는 첫 계단은 저 구름 위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발 딛고 있는 이 현실(Here and Now)에 있다.
만약 당신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짐 싸는 것? 아니다.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면, 미국에 도착해서도 당신은 고립된 외톨이가 될 뿐이다.
천국도 마찬가지다.
낙원(Paradise)의 공용어는 ‘사랑’과 ‘용서’다.
이 땅에서 미워하고, 욕하고, 소리 지르는 ‘지옥 사투리’만 쓰다가 덜컥 천국에 간다면?
당신은 그곳에서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철저한 이방인이 될 것이다.
아무도 당신의 그 거친 언어를 알아듣지 못할 테니까.
4. 맺으며
사랑하는 브런치 가족들, 그리고 내일의 꿈나무들아.
스펙을 쌓고 재테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디, 이민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마라.
오늘 저녁, 가족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실수한 동료에게 건네는 “괜찮아”라는 용서.
그것이 바로 당신이 천국 시민권을 얻는 언어 연수의 시작이다.
걸리버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리고 치셤 신부가 평생 사용했던 그 언어를 회복하자.
그래야 그날에, 우리가 낙원에 도착했을 때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로 환대받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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