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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22장의 당나귀, 그리고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이름 없는 그대에게

“주인님, 왜 저를 때리십니까?

​성경 민수기 22장에는 억울한 짐승이 하나 등장합니다. 탐욕에 눈이 먼 주인(발람)을 태우고 가던 당나귀입니다. 당나귀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길 한복판에 시퍼런 칼을 빼 들고 서 있는 여호와의 사자가.

​그대로 가면 주인이 죽습니다. 그래서 당나귀는 길을 벗어나 밭으로 들어가고, 담벼락에 몸을 비비고, 끝내 주저앉아 버립니다. 돌아온 것은 주인의 가혹한 채찍질이었습니다.

“이 미련한 짐승이! 왜 말을 안 들어!”

​대한민국에도 이 당나귀들이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당나귀일지도 모릅니다.

​새벽 4시, 남들이 곤히 잠든 시간. 차가운 교회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 나라를 살려주소서”라며 눈물 콧물 쏟는 우리들의 늙은 어머니들. 세상은 그들을 ‘광신도’라거나 ‘할 일 없는 노인’이라 비웃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가, 멸망의 칼을 든 천사의 팔을 붙들고 있음을 세상은 모릅니다.

​살을 에는 전방의 칼바람 속에서, 친구들이 클럽에서 춤출 때 묵묵히 철책을 지키는 젊은 군인들. “요즘 군대가 군대냐”며 조롱하는 소리(채찍)를 들으면서도, 그들이 총을 놓지 않고 버티기에 발람들은 오늘도 안전한 집에서 잠을 잡니다.

​자식들에게 “꼰대” 소리를 들으면서도, 뉴스를 보며 혀를 차고 “이러다 나라 망한다”며 가슴을 치는 탑골공원의 어르신들. 그들의 투박한 걱정은 잔소리가 아닙니다. 전쟁의 참화를 겪어보았기에, 다가오는 칼날의 섬뜩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생존자의 비명입니다.

​매 맞고 있는 당나귀여, 아파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금 세상으로부터 “시대착오적이다”, “너무 예민하다”, “유난 떤다”며 조롱의 채찍을 맞고 있다면, 기뻐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의 눈이 열려 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이 발람보다 먼저 ‘위기’를 보았다는 증거입니다.

​성경 속 당나귀가 입을 열었을 때, 하나님은 그 미천한 짐승의 소리를 통해 선지자를 꾸짖으셨습니다.

​당신의 낡은 무릎이,

당신의 거친 손이,

그리고 당신의 쉰 목소리가 외치는 “아가야, 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리느냐”는 경고가, 지금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이 대한민국을 멈춰 세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짐승이 아닙니다.

당신은 짐을 나르는 도구가 아닙니다.

당신은 모두가 잠든 사이 홀로 깨어 칼을 마주 보고 선, 이 시대의 진정한 영적 파수꾼(Watchman)입니다.

​그러니 부디, 그 밭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채찍이 아파도, 주인이 몰라줘도, 당신이 멈추면 이 나라는 죽습니다.

​오늘도 이름 없는 골목에서, 초소에서, 골방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당나귀들에게 전합니다.

​”당신 덕분에, 오늘 우리가 살았습니다.”

[작가의 변]

대한민국 곳곳에는 발람(정치인, 지도자)들이 탐욕의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칼’을 보고, 온몸으로 막아서며 매를 맞고 있는 수많은 ‘숨겨진 당나귀‘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들을 ‘이름 없는 의병(義兵)’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들은 화려한 무대 위의 아이돌도 아니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과 헌신이 있기에 이 나라가 아직 심판의 칼을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매 맞는 당나귀’들에게 바치는 헌정사(獻呈辭)를 그분들께 지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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